[교양하는 마음] 문학교양교육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다

문학교양교육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다

이하은 (충남대학교)

 이번 학기 우연히 문학 교양 수업을 맡게 되었다. 글쓰기 수업을 주로 하다 보니 문학 수업을 맡게 되었을 때 내 안에는 나의 전공과 관련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기쁨, 그리고 내가 이 수업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아마 이 두려움은 내게 주어진 자율성과 문학교양교육을 들은 적이 없던 배경 때문에 생긴 듯했다. 먼저 이 수업은 따로 정해진 교재가 없다는 점에서 교수자의 수업 자율성이 극대화된 과목이었다. 언젠가는 이러한 문학 강의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만이 있었던 나에게 자율성은 이 수업을 준비하는 내내 나에게 엄청난 동기를 부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내가 잘 구성해내지 못한다면, 수업 한 학기가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또한 나는 학부 과정 때, 전공 이외의 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최근에 내가 들은 문학 수업은 대학원 수업이다 보니, 소위 요즘 학생들이 듣는 교양 수업의 난이도라는 걸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내면에 여러 감정들이 혼재된 상태로 9월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 수업이 끝났을 때, 한 학생이 나에게 와서 말을 건넸다. “제가 문학이라고 알고 있던 것이 문학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문학을 아주 편협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아주 짧은 말이었지만, 저 말에는 정말 많은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었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타자를 이해하고,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현대문학을 연구하는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문학의 가치이나, 학생들에게 문학은 그러한 기능을 하지 못했던 듯하다. 아마도 수능이라는 제도 안에서 문학을 접하다 보니 작품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시간도 여유도 없고, 작품 안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과 연관하는 작업이 생략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몇 년을 지내온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사고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번역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문학교양 수업은 정말로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이에 관해 깊게 사유할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인문학이 빛을 잃어가는 시대에 학생들에게 문학이 어떠한 영향력을 지닐 수 있을까? 한 학기 동안의 문학 수업은 나와 학생 모두가 이러한 문학 행위를 둘러싼 자기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학생의 고민을 마주하게 되었다. 

학기 중간 즈음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 학생이 나를 찾아왔다. “저는 문학을 읽어도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문학을 읽는 것을 피해왔어요. 꼭 어떤 것을 느껴야만 할까요?” 이 고민을 털어 놓은 학생은 이공계열의 학생이었다. 꼭 감정적으로 동화되어야 문학에서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학에서 발견할 수 있는 느낌, 혹은 발견은 매우 다양한데 학생들에게 문학은 아직 감정 이입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남은 수업 동안 학생들이 감성으로, 지성으로, 그리고 자신의 삶과 연관하여 문학의 다양한 느낌들을 느끼기를 원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문학의 힘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학생들에게 문학 수업이 미친 영향은 컸기 때문이다. 나에게 문학을 느끼기 어렵다고 한 학생은 영화 《동주》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고, 학기 말에는 소설이 매우 재미있다며 나에게 더 읽을 만한 작품들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또, 독립영화와 장편 소설에 거부감을 느끼던 아이들도 작품을 접하며 진지하게 분석해 나갔고, 공동체와 타자 윤리를 다룬 작품들을 읽을 때에는 자신들의 삶과 연관하여 적극적으로 토론을 하기도 했다. 

수업의 시작과 끝을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짧은 한 학기 동안 학생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나의 언어를 어려워하다가도, 반복적으로 확장되는 언어에 익숙해지며 자신 나름의 말로 이를 표현해 나갔다. 그리고 수업 끝에 왔을 때에는 문학을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 삶에서 마주하는 근원적인 문제들에 공감하며 진지하게 성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문학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보고자 하는 요구는 컸다. 그리고 문학은 거창하게 보이는 인문학적 소양, 인문학적 가치를 어렵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 

처음에 내가 이러한 문학 수업을 한다고 말했을 때, 너무 어려운 것은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분명 내 수업은 학생들에게 엄청 쉬운 수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은 수업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 학기를 끝난 후 지금의 나는 내가 한 수업에 후회하지 않는다. 오늘날과 같이 자본의 논리로 평가하는 시대에 문학은 돈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낮게 평가받곤 한다. 이러한 평가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나의 연구와 나의 가치관이 무용지물인가 하는 씁쓸한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한 학기의 수업을 통해 문학의 가치, 문학의 가능성을 새로이 마주했다. 누군가의 삶에 울림을 주는 문학을 마주할 기회가 되었다면, 그 작은 파동이 앞으로의 삶 속에서 또 다른 파동으로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한 학기의 문학 수업을 마무리한 후 나는 이러한 소망을 마음에 품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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