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하는 마음] ‘나’를 긍정하기와 로컬 문화를 이해하기


‘나’를 긍정하기와 로컬 문화를 이해하기

익명의 문학연구자

<로컬문화의 이해>라는 수업은 대부분 지역에서 나고 자란 20살 학생들이 수강을 한다. 부산 지역에서 태어나고 20년을 자라 그리고 이 지역의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의외로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잘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배우는 <역사> 과목도, <국어> 과목도, <사회> 과목도 모두 서울 중심으로 서술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삶은 부산이라는 땅, 지역에 발을 딛고 있지만, 이들이 배워온 역사와 문화는 모두 서울 중심인 것이다. 

학생들의 실감도 비슷하다. 서울 중심의 지식을 계속 배워왔지만, 막상 서울에 갔을 때, 그들은 말을 한마디만 해도 부산 혹은 경상도 출신이라는 것을 들키는 기분이 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서울과는 먼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라는 기분, 그런데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지식이라는 것은 ‘서울 중심의 지식’일뿐일 때의 공허함을 학생들은 경험한 적 있다. 

이 수업은 ‘로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과목이라고 제목이 붙어 있지만, 사실은 지금까지 학생들이 살아온 지역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과목이고, 지금까지 지역에 살아온 자신의 역사와 지역의 역사를 접속하게 하는 과목이다. 그리고 그 지역의 역사라는 것은 지역에서 살아온 나의 역사이자, 나의 윗 세대인 지역에서 살아온 부모님의 역사인 것이다. 그래서 이 과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역에서 살아온 삶의 경험을 소중히 하는 것, 윗 세대가 살아온 지역에서의 삶의 경험을 듣고 의미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부모님 세대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를 인터뷰하기도 하고, 부산 지역의 여러 역사관을 찾아 지역의 역사를 배우고 되새기기도 한다. 내가 이런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부산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어요.”였다. 심지어 동아대 부민 캠퍼스에서 수강한 어떤 4학년 학생은 학교 바로 뒤에 있는 ‘임시수도기념관’도 한 번 가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었다. 자신이 발 딛고 살고 있는 지역의 실감을 하기 위해 <로컬문화의 이해> 수강생들은 한 학기 동안 부지런히 움직인다. 

학기 중 ‘이제 가기 싫어요!’라고 할 때 즈음에 마지막으로 가게 되는 곳이 민주항쟁기념관이다. 부민동 강의실 창으로 보이는 산꼭대기의 충혼탑 맞은편에 있는 민주항쟁기념관 과제 이후 받았던 가장 인상 깊었던 후기가 있다. 민주항쟁기념관 방문은 1학기 때는 4월 중순, 2학기 때는 10월 즈음에 하는데, 이 즈음에 부산 날씨는 너무 좋다. 하늘은 푸르고, 시야는 멀리까지 보인다. 그리고 민주항쟁기념관은 산꼭대기에 있다. ‘너무 가기 싫어! 이제 어디 방문하는 것 귀찮아!’ 하면서 민주항쟁기념관으로 출발한 학생들의 후기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너무너무 귀찮고 가기 싫었는데, 민주항쟁기념관을 다 보고 나왔을 때, 멀리 부산항이 한눈에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민주주의는 아름다운 것인가 보다.’

서울 중심의 민주주의 운동사는 구체적인 지역의 민주화 운동의 역사가 잘 보이지 않게 만든다. ‘부산에서도 6월 항쟁을 했군요?!’라는 말을 듣고, 민주항쟁기념관에 가서 동아대 선배의 이름을 찾아오기 미션을 낸 적도 있다. 한창 ‘지잡대’라는 말이 유행할 즈음이었다. 학생들이 민주항쟁기념관을 다녀오고 동아대 학생으로서 느낀 자부심에 대해 써낸 과제들도 지금 생각하면 잊을 수 없다. 

<로컬문화의 이해> 과목을 강의한 지 꽤 오래되었다. 많은 1학년 학생들이 이 과목을 듣고 어떻게 지역에서의 삶과 지식을 이어갔을지, 그리고 또, 새로운 학생들이 ‘로컬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가게 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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