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고전번역원·동북아역사재단 통합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세 기관 통합에 대한 노조위원회의 반대성명서입니다. 주변 학술단체(학회, 연구소 등)에 널리 알려주십시오.


학술단체 연명 신청 링크

https://forms.gle/HPSEazr87Th49JD3A

성명서 초안 PDF 파일 링크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qIihVRpbuAUvVAmWkpcVTGRA9AsLIX2W?usp=sharing

내용

정부는 2026년 9월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공공기관 DIET 2026”)」을 발표하고, 전체 109개 공공기관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개편 계획을 내놓았다. 그 세부내역에는 교육부 소관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고전번역원, 동북아역사재단을 가칭 ‘한국학역사고전연구원’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아래에 연명한 학회 및 단체는 이 통합 계획에 깊은 우려와 반대의 뜻을 밝힌다.
 
 
1. 세 기관은 설립 목적과 수행 방식이 서로 다르므로 유사·중복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부는 유사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을 통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개혁의 이유로 들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한국 문화의 심층 연구 및 교육을 통해 한국학을 진흥하기 위한 기관으로서, 한국을 바로 알리는 국제교류 및 국내외 한국학 지원사업,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는 일반대학원 운영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한문 고전 문헌 자료를 정리하고 현대어로 옮기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번역 및 연구기관으로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한국학 연구 및 문화 콘텐츠 개발의 기반을 제공하고 전문 번역인력을 양성하는 비학위 교육기관인 고전번역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독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역사와 영토 관련 연구 및 정책 대응, 바른 역사 인식의 교육 및 홍보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이처럼 세 기관은 설립 목적과 연구 대상, 수행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이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다면 시너지를 창출하기는커녕 오히려 각 기관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온 고유한 전문성과 정체성이 희석되고 연구·교육 역량이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2. 공공기반 일반의 행정 효율화 잣대를 연구·교육기관에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정부의 추진방안에서 중복·분산된 기능을 재편할 대상으로 열거된 109개 기관의 대부분은 정책을 집행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형·사업형 기관들이다. 그러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고전번역원,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러한 기관들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장기간에 걸친 축적을 통해 학문적 성과를 산출·보급하고 전문 연구·번역 인력을 양성하는 연구·교육기관이다. 비용 절감과 행정 효율화를 목표로 설계된 이번 개혁의 잣대를 연구·교육기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다른 109개 기관과 함께 감축 실적의 하나로 묶어 발표할 사안이 아니다.
 
 
3. 각 기관과 유사한 기존 지역 기관과의 기능 중복이 우려되며 국제적 역할이 훼손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서울·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연구 자료와 네트워크를 축적해 왔고, 해외 한국학 연구·교육을 지원하는 국제 허브 역할을 수행해 왔다. 영남의 한국국학진흥원, 호남의 한국학호남진흥원, 충청의 한국유교문화진흥원 등 지방자치단체 기반의 한국학 연구기관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교육부 소관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기능과 위상을 흔드는 것은 기존 지역기관과의 기능 중복 및 예산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서울·경기 지역의 교육·연구 수요는 오히려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한국고전번역원이 운영하고 있는 고전번역교육원은 비학위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서울 경기 지역의 일반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한문 번역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 고전번역교육원 수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통합 및 이전이 이루어지면 고전 번역 교육의 수요가 가장 집중된 서울·경기 지역의 위상이 흔들릴 뿐 아니라 이미 전주, 밀양, 대전 등에 설치되어 운영 중인 고전번역교육원 분원들과의 위상 혼선을 야기할 것이다.
 
 
4. 연구기관의 개편은 ‘연구·교육 역량 강화’라는 본연의 목표를 기준으로 논의해야 한다
행정조직이나 공기업의 통폐합은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라는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고전번역원, 동북아역사재단과 같은 연구·교육기관의 개편은 이와 다른 기준, 즉 연구 역량과 교육 역량, 국제 교류 역량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는가라는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세 기관을 통합한다고 해서 한국학 연구 진흥, 고전 정리 및 번역, 동북아 역사정책이라는 서로 다른 학문적·정책적 기능이 더 강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통합과 조직 개편 과정에서 상당한 행정적 비용과 시간이 소모될 것이며, 각 기관이 오랫동안 쌓아온 고유한 전문성과 정체성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국책연구기관 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면, 이는 특정 기관을 편의적으로 묶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각 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한 논의는 반드시 학문 공동체와의 충분한 공론화를 전제로 해야 하며, 지금과 같이 학계의 의견 수렴 없이 전체 공공기관 개혁방안의 한 항목으로 일방적으로 발표되고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중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고전번역원·동북아역사재단을 통합하여 (가칭)한국학역사고전연구원을 설립하는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정부는 세 기관의 통합을 전제로 한 어떠한 후속 행정 절차도 중단하라.
하나, 정부는 연구·교육기관을 일반 행정형·사업형 공공기관과 동일한 효율화 잣대로 평가·개편하는 관행을 중단하고, 학술 연구기관의 특수성에 맞는 별도의 논의 체계를 마련하라.
하나, 국책연구기관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면, 학계와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 절차를 마련하라.
하나, 정부는 인문학과 기초학문 연구기관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그 연구·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문 정책을 수립하라.
고유한 영역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기관의 역량과 국내외 네트워크는 한번 해체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정부가 진정으로 한국학의 발전과 K-인문학의 세계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각 기관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통합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학계와의 진지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주최

전국공공전문노동조합 동북아역사재단지부, 전국공공전문노동조합 한국학중앙연구원지부,
한국고전번역원노동조합, 한국교육시설안전원노동조합

첨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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