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대 연구자 에세이] 김강사의 HK체험기 (2) – “연구만 빼고 다 하니까?”

연구자의 Vlog 📹 : 읽고 쓰고 산책하라 🏃‍♂️🏃‍♀️‍➡🤸‍♀️


HK연구교수는 하는 일이 많다.

원래 연구교수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연구겠지요.

사실 애초에 다들(월급받는 당사자든, 대학교든, 돈을 주는 교육부든, 학계의 그 누군가든) 어떤 결과가 나올 줄 알고 인문한국이라는 것을 하자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유는 아무도 설명은 못하지만 인문학자가 멸종하면 안되고, 박사라는 것들이 와서 시위하고 그러는게 시끄러운 것은 싫으니까 돈 주고 조용히 시키는 것이 아니겠나.

연구만 하고 돈을 받으면 얼마나 멋지겠는가.(파스칼 카자노바가 그렇다든가) 그런데 HK사업이란게 나랏돈이다 보니 또 덩어리를 크게 잡다보니(그래봤자 이공계에 비하면 과자값이지만) “요렇게 연구를 했습니당 논문을 봐주세요 헤헤”로 퉁칠 수가 없고 “네가 받은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 설명해 봐”로 가는데, 연구자-당신, 당신의 연구를 일반인에게 이해시킬 수 있습니까? 솔직히 말해 같은 학과 선생님이 말해도 앞뒤 모르면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는게 절반 이상인데요. 아무튼 논문만 보면 뭔소린지 못 알아먹고 돈 주는 차원에서 부리는 맛도 안나고 좀 그러니까 연구 말고도 뭐 좀 해보세요가 나온다.

설상가상은 연구자들도 할 일들을 늘리는 데 있다. 채택되고 싶은 욕심에 “우리는 A도 하고 B도 하고 C도 하겠습니다!”라고 마구마구 계획서를 꾹꾹 눌러 담고, 보고서를 쓸 때도 침소봉대는 기본에다가 시키지 않은 것을 하고 의미부여를 개쩔게 한다. 그래서 이 모든 정보들을 독점한 연구재단에서는 “흠, 이것봐라? 쥐어짜면 계속 나오는데? HK 3.0 정도 되면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시켜도 되겠는데?”(그럼 BK는 뭐함?)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HK연구교수가 하는 일은 더럽게 많아졌다. “연구단장 및 상급자(이상하게 소속대학의 다른 교수님들도 숟가락 얹어 보려고 맨날 와서 간 봄)의 지시를 받아” “아젠다의 실현”을 위해 애쓰셔야 하는 연구교수들은 할 일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연구는 일단 해야겠지요? 계약서에 1년에 최소 1편~4편을 명시한다. 물론 계약은 1년 이하 단위로만 해준다.(퇴직금 피하기 위해 11개월도 있었다고 카더라?) “고용시장의 유용성”이 있어야 하시기 때문이시겠지요?

연구교수님, 우리 연구성과의 확산을 위해 KCI학술지 창설, 대중잡지 창간, 신문연재, 지역방송 출연, 유튜브 녹화, 홈페이지 운영 등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다들 학회간사 해보셨겠지만 학술지 만들고 운영하려면 이만저만한 대학원생 착취가 없이는 안된다. 대체로 팀을 만들어서 일을 하게 되지만 일이라는 것이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고 그것에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이상 한 두명에 일이 개몰리는 ‘좆소’ 꼴이 난다.

신문연재, 지역방송 출연, 유튜브 녹화, 홈페이지… 다 외부업체를 끼게 되는 일이다. 여기서 HK사업의 진가가 드러난다.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다. 콘텐츠도 제공하는데 단가도 후려치기 당해서 돈 주고 콘텐츠 주고 다 털린다. 아, 보고서에 한 줄 쓸 수 있게 되니까 괜찮기는 하다. 인건비나 인센티브는 그렇게 아끼지만 이상하게 밖에 돈 줄 때는 후하디 후하다. 그리고 업체가 학교재단과 관련이 있다? WOW

연구는 언제 하냐? 그게 기막힌데 연구교수님들 다들 여기저기 끌려가서 일하고, 강의하고, 학회일 하면서 논문은 또 꾸역꾸역 낸다. 한 학기에 논문을 4편을 낸 사람을 본 적 있었는데 항상 정신이 나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맡은 일과 강의를 다 해냈다. 지금은 평안을 찾으셨을지.. 실제체험을 더 많이 적으면 위험하니까 분위기를 바꾼다.

연구교수 중에도 의외로 땡보로 아무것도 안하고 버티는 양반들이 있다. 이건 정규직 교수들도 마찬가진데, 일 안하고 못한다고 버팅기면 걍 냅두기 때문에 가끔가다 얼굴이나 비추고 하는 케이스들이다. 한 학교, 한 학과에 한 둘 정도는 볼 수 있다. 그럼 너도 그렇게 하면 되잖아? 그게 그렇게 쉽냐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대부분의 연구교수들은 덫에 물려있다. 덫이 한 개는 아니다. 남들 고생하는데 나만 놀 수 없다는 마음이 있고, 이왕 일을 하다 보면 더 잘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있고, 가장 큰 것은 HK사업의 핵심인 정규직에 대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HK와 각종 연구사업이 생기기 전에 극히 열악한 ‘정규직 전’의 상황들을 다들 버텨냈던 것은 이러한 고난은 일시적인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비정규교수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다른 학문 계열의 강사분들은 그런 믿음을 유지하고 있다.

대충 기억에 얼마 전까지 인문계열의 조교수 최초 임용연령 평균은 47.6세였다. 박사학위를 27살에 받는다고 치면 20년, 35살에 받아도 10여 년의 일시적인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업 연한(최대 7년) 내의 정규직 HK교수 임용 가능성은 커도 너무 큰 떡이다. 대학 내에서 학과교수들한테 (왜인지 몰라도) 무시당하고 대학본부로부터는 너희는 강의를 안하니 1년에 논문을 6편씩 쓰라고 해도 그래도 정규직 존나게 하고 싶은 게 당연한 게 아닐까? 

(다음 편에 계속)


공모 부문: 연구자 망생일기

작성자 : 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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