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대 연구자 에세이] 김강사의 HK체험기 (1) – “아 그 고기 안굽는 신입이요?”

연구자의 Vlog 📹 : 읽고 쓰고 산책하라 🏃‍♂️🏃‍♀️‍➡🤸‍♀️


지원서를 쓸 때는 몰랐다. HK가 뭔지. 

뭔가 이름은 들어봤는데…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 

박사학위 논문을 다 쓰고 나서야 하이브레인넷이라는 것을 알음알음 알게 되었다. 

지원서를 썼다. 아젠다에 맞춰야 한다는데 아젠다는 뭔가 다 좋은 말씀이기는 한데 내 연구하고 어떻게 관련이 되지? 아무튼 토씨 하나라도 좀 비슷하면 어떻게든 이어 붙여보고 내가 봐도 말이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원서를 접수했다.

그런데 지도교수님한테 전화가 왔다. “너 ㅇㅇ대에 원서 냈냐?” 대체 이 업계는 프라이버시란 없는 것인가? 그렇다고 말하고 선생님도 뭐 더 말씀은 없었다. 지원자가 몇 명 없었는지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면접 대기실에는 모르는 아저씨가 한 명 있었는데, 굉장히 노련하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김선생, 이번엔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 라는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면접은 잘 봤는지 못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전에 면접을 보고 오후에 강의를 가야 했기 때문인데 나는 그게 첫 강의인데 전공분야하고는 백년 정도 차이가 나는 내용을 가르쳐야 했는데 하필이면 그게 서브컬처라 학생들이 너무 빠삭해서 강의 할 때 너무 힘들어서 겨드랑이가 다 젖을 정도였기 때문에 면접은 오히려 웃으면서 봤다.

그런데 덜컥 되어버렸다. 그리고 노련한 아저씨도 같이 되었다. 이게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 연구교수인데 그래도 되었다고 인사다녀야 할 곳은 뭐 또 그렇게 많은지. 그래도 인사하러 가면 다들 좋은 차도 주시고 책도 주시고 어깨도 두드려 주시고 그러더라.

노련한 아저씨에게 이런 것 저런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연구교수라는 거라도 얻어 하는 거 쉬운 거 아니다. 이런 것도 내정이 있고 어쩌고… 강의를 하면은 같은 학교면은 강의료를 못받는 수도 있으니 절대 하지 마라, 이 학교는 다음에 정규직 HK교수를 몇 명 뽑으니까 앞으로 피가 터질꺼다 등등

내가 다녔던 학교의 대학원 뒷풀이에서 거의 스무살 차이가 되는 선배학자분들은 대학원생들이 고기를 굽지 못하게 했다. “이런 일 아랫사람 시키는 것 다 부조리야. 공부하는 사람이면 다 존중해야지 무슨. 그리고 니네 이런 거 하다버릇하면 마음도 위축 돼.” 돌이켜 보면 그게 절반은 좋은 말씀인데 절반은 안 좋은 거였다.

신입이 대여섯 명 되었기에 기념 회식이 있었다. 굴러온 돌과 원래 있던 돌들이 적당히 섞인 테이블에서 나는 그래도 물은 따르고 수저는 놓아야 할 것 같아서 그건 했는데 고기를 굽지는 않았다. 고기는 같은 테이블의 신입 여선생님(애엄마)이 구워주셨는데, 그것도 그리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었다. 아무튼.

그 다음 주 전체회의 날, 회의 시작 전 이야깃거리는 역시 신입들에 대한 것이었다. 누구는 어디를 나왔네, 누구는 어디 선생 제자네, 그리고 나는, “아 그 고기 안굽는 신입이요?” 라는 명예를 얻었다. 이거 아무래도 존된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


공모 부문: 연구자 망생일기

작성자 : 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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