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의 Vlog 📹 : 읽고 쓰고 산책하라 🏃♂️🏃♀️➡🤸♀️

현재 석사 첫 학기를 막 지나고 있는 나는 학부 1학년 때어떤 교양 수업에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소설의 발제를 맡았었다. 교수님은 이보다 더 잘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코멘트를 주셨고, 그때 처음 나는 학술적인 수제 ‘잼얘’와 그것을 인정받는 기분의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학교 특성상 1학년 때는 아직 전공 진입 전이었는데, 몇몇 문학 수업에서의 사소한 인정들은 나를 국문과로 이끌었다. 그곳에서 각양각색의 취향을 지닌 친구들을 만나 어떤 작품에 대한 고퀄리티 ‘잼얘’를 나누는 재미를 알아갔다. 나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훈련된 언어가 있었고, 그것을 인정해줄 친구들과 교수들이 있었다. 집안 경제적 상황상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고, 적성도 맞았으니 대학원에 가지 않는 쪽이 오히려 더 이상한 기분이었다. 자대 대학원에 학석사로 진학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처럼 느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나는 국문과 대학원생이 아니다. 여전히 국문과를 사랑하고, 나의 진짜 전공은 국문과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학교 및 전공 소속만 따지자면 국문과라고 말할 순 없다. 그렇지만 정체성은 여전히 국문과에 있고 여전히 ‘잼얘’를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한다. 나름 야심을 부리며 이런 선택을 했다. 나는 국문과 바깥에서 국문과 연구를 할 거라는. 덕분에 오타니 쇼헤이 마냥 이도류를 연마하는 심정으로 두 가지를 같이 공부하고 있다. 뱁새가 황새 쫓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기분이 가끔 들고, 국문과에 있던 시절만큼 안온하지도 않지만 묘하게 더 즐겁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고작 칭찬 몇 마디 받자고 연구하는 게 아니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싸우고, 내가 가진 특수성을 활용해서 새로운 잼얘를 발굴하고, 가끔은 너무나 외로워도 공부의 의의를 느끼고, 이 연구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열심히 되새기는 과정 자체가 훨씬 충만하게 느껴진다.
온라인상에서 알게 된 친구 덕에 연구자 모임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햇병아리 같은 나의 헛소리를 기꺼이 받아주시는 좋은 동료 선생님들이 계신다. 코딱지만 한 학교에 나란히 입학한 동갑내기 박사 선생님과 이 좁은 판에 들어온 외로움을 나눌 수 있어 덜 힘들다. 여전히 어떤 ‘가능성’과 스스로에 대한 최소한의 확신 없이는 남아 있기 힘든 학계지만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보다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기대하며 살아가는 삶에 가치가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살아가는 일은 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 가치를 떠올리며 몇 년 전의 내게 있어 ‘잼얘’와 지금의 내게 있어 ‘잼얘’를 비교하게 된다. 예전에는 가장 타당하고 정합적이며 창의적이기까지 한 나만의 고유한 해석을 ‘잼얘’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괴롭지만 반드시 던져져야만 하는 질문들을 ‘잼얘’라고 느낀다. 그러니 지금 내게 ‘잼얘’란 괴로움이다. 나 혼자만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이야기들. 그 담론을 계속 만들고 연구해 나가는 것이 나의 몫이다.
공모 부문: 나는 어째서 대학원생이 됐는가
작성자 : 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