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 영토화된 聖所: 글쓰기 교수 혹은 문학 연구1)
이수경(강남대학교)
“(정치적 문제)에 대한 문제의 제기가 필자의 창작 동기였고, 1950년대 전후라는 작중의 시점에서는 주인공이 어떤 결정적 선택을 하는 데 좌절하고 절망”2)하였는가에 대한 탐구가 글쓰기(창작)이다.
1987년대 6·10이 감각기관을 통해 전율했던 내게 글쓰기는 ‘올곧음’ 그리고 ‘선택’이라는 두 글자에 대한 강박이었다. 게다가 등단도 하지 못하고, 행동도 선택하지 못했던 나에게 글을 쓰는 행위는 내 젊음과 학우들에 대한 가슴 아린 負債이자 열등감이기도 했다. 발작적 수치심으로 뿌리내렸던 자의식은 석사학위를 마지막으로 90년대 이후 완전히 진피 아래 또아리를 틀고 침윤되었었다.
문학적 재능도 없어 석사학위를 마지막으로 대학을 떠났던 나는 2024년 현대 시를 연구하는 어설픈 연구자로 복귀해 박사학위를 따고 ‘글쓰기’를 강의하는 4년 차 강사가 되었다. 연구자로서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나는 강사라는 직함이 필요했다. 강사 혹은 박사과정 등과 같은 소속이 없는 현대 문학 연구자를 상상할 수 없었고, 소속이 없이 문학 연구를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절박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강의실에서 반복되는 글쓰기 교수는 나를 현대 문학 연구자로 호명하지 않았다.
강의실에서 반복되는 글쓰기 교수는 나를 불편한 기억과 끊임없이 마주하게 했다. 80년대와 나의 현재를. 思考가 존재나 불의를 논리적으로 증명했던 뜨거운 함성의 절규였던 글쓰기가 아니고, 어제 카톡으로 나눈 험담 그리고 시시껄렁한 낙서마저도 문학적 전유로 거듭날 수 있는 탈영토화된 시대의 글쓰기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과연 내가 교수하고 수행해야 할 글쓰기란 무엇일까?
매 학기 “이제까지 학생 여러분은 글쓰기가 어떤 경험었나요?”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하고, “한 학기 동안 3가지 프로젝트 기반 글쓰기를 수행했습니다. 이 다양한 수행을 통해 여러분은 이전과 달리 글쓰기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글쓰기 강의를 마무리했다.

학습자 요구조사에 기반하여 쟁점이 되는 시사적 이슈에 대한 8주간의 소논문 쓰기, 4주간 진행되는 공모전을 활용한 실용적 글쓰기 팀 활동과 산출물 발표 그리고 마지막으로 2회에 걸친 비평적 글쓰기를 구조화했다. 좀 더 다양한 매체와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서 학습자가 논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글쓰기 수업을 구조화하도록 글쓰기 교수자인 나는 문학 연구자인 나를 몰아붙이고 궁리하게 했다. 그러는 사이 학습자 산출물 피드백과 학습자 역량확충이라는 과제가 전두엽을 점령해 갔다. 그러는 사이 현대문학자로서 문학에 대한 열정과 몰입, 그리고 읽다가 접어둔 논문, 물음표를 달아둔 메모 등은 점점 책상 아래로 스르르 미끄러졌고, 예각화되어야 할 논점은 마모되고 탈색된 폐지가 된 지 오래다.
방학이 되어 다시 자료를 읽기 시작하고 잊어버린 기억을 더듬으며,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들기는 내 손가락이 글쓰기 강사로 호명되었던 내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현대 문학 연구자로서 연구하기 위해 ‘강사’가 된 나는 문학 연구자로서 성숙해지고 있는가? 일탈하고 있는가?? 재임용을 위해 논문을 써대고 있는가??? 현대 문학자라는 이명이 내 귀속을 강하게 후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