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하는 마음] 교양 글쓰기 과목의 새로운 도전에 즈음해서

교양 글쓰기 과목의 새로운 도전에 즈음해서

김우영 (홍익대학교)

 “인간과 생성형 AI의 협업을 증진해야 한다”, “AI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 인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인간의 고유한 영역은 남아있다”

이번 2024년 2학기 내가 근무하는 H 대학교 ‘논리적 사고와 글쓰기’ 과목의 기말보고서에서 제출된 학생들의 과제들 중 생성형 AI와 관련한 주제들 속 핵심 주장들의 일부이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예측불가능한 변화들을 몰고 왔고, 이제 대학생이 된 학생들 또한 생성형 AI가 자신의 삶과 직업에 미칠 영향들에 대해 고민들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바야흐로 대학 사회 역시 지금껏 마주했던 도전들과 차원이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학교마다 여러 이름으로 달리 불리기는 하지만, 결국 (교양) ‘글쓰기와 발표’라는 주제로 통칭되는 과목을 강의한 지도 이제 십 수년이 되어간다. 사회 다른 분야에 비해 보수적이고 더디다고는 하나 대학도 지속적으로 자기 쇄신 요구에 놓여있고, 글쓰기 과목도 이런저런 도전 상황에 예외는 아니었다. 가령 해당 과목을 교양 필수 과목에 포함시킬 것인가 선택의 영역에 둘 것인가의 여부, 발표 등 커뮤니케이션 영역 전반으로 확장시킬지. ‘글쓰기’ 단일 영역만 중점적으로 다룰지의 여부 등등을 고민해왔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챗 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등장과 이로 인한 교육 환경의 변화는 앞서의 논란들과 차원이 다른 급격한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그간 수업 중 모든 과제에서 표절을 엄격히 금지했기에 표절 우려가 높은 학생들의 챗 GPT 사용 또한 금했었다. 무료 버전 챗 GPT 사용하며 내가 경험했던 여러 오류들을 감안했을 때 학생들이 이같이 오류 많은(제출된 검색 결과와 관련하여 한층 더 치밀한 검토 필요)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과제 작성 시 혼란을 더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는 생성형 AI의 사용을 언제까지나 막을 수많은 없다는 생각과, 교수자인 나의 사용 금지와는 별개로 학생들은 암암리에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을진데 그 실태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었다. 

따라서 이번 내가 강의하는 H 학교 2024년 2학기 ‘논리적 사고와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기말 보고서 작성 시 챗 GPT를 포함한 생성형 AI 사용을 허용하였고, 다만 결과 제출 시 보고서 작성 중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챗 지피티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반드시 밝힐 것을 요구했었다. 특히 이번 2024년 2학기는 독창적 아이디어, 개인의 예술적 기술 등이 전공과 관련해서도 큰 의미를 지니는 예술 계열 학생들(순수미술 전공 아닌 디자인, 영상예술, 게임, 웹툰 등 응용미술 전공생)이 수강생들이었기에 그들의 생각이 더욱 궁금했다.  

흥미롭게도 이전 2024년 1학기 수강생(이·공계 전공 학생들)들과 비교했을 때, 예술계열 학생들은 AI의 발전(특히 이미지, 영상)에 대해서 상당히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대체로 창작가 개인의 술기 등이 무용지물이 될 것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이 큰 것으로 보였다. 또 한편으론 작업 시 보다 단순한 작업 등은 AI가 대신할 수도 있을거란 기대를 보이며 다소 긍정적인 태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AI와 인간의 협업 가능성을 대단히 높게 보고, 자신들의 취약점(서술형 과제, 보고서 작성 등)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던 이·공계 학생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이·공계 학생보다 창작자로서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예술계열 학생들마저도 글쓰기(보고서 작성) 또한 이런 창작 행위의 일종이자, 인간의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주요 영역이 될 수 있음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거나, 글쓰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의 문제점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은 매우 시사적이었다. 즉 AI(기계)의 대척점에 있는 인간성, 인간적인, 인간만의 것에 대해서는 각자 동상이몽인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글쓰기 과목 강의 시 전공과 무관하게 생성형 AI와 관련하여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학생들과 충분한 토론 및 의견을 수집하고, 직접적인 사례 제시를 통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앞서 언급했듯 전공별로 다른 상황과 관련해서는 각 전공별로 보다 개별화된 문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번 학기 학생들의 글쓰기 과제를 살펴봄에 있어, 생성형 AI의 활용이 학생들의 글쓰기 내 형식적인 미숙함과 오류는 상당 부분 걷어내버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앞으로 학생들의 과제물에 대해 내용적 차원에서 더욱 치밀한 분석이 요구됨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대면 상담 및 발표, 수업 시간 내 글쓰기 등의 적극적 대응 방법이 행해질 필요가 있다.    

전례 없는 엄청난 변화를 직면하고 대비해야 할 때가 왔음을 하루하루 절감한다. 다만 제일 걱정되는 것은 교수자, 학생의 느린 대비에 비해 생성형 AI의 발전이 너무 빨라 우리의 준비가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다. 흔들리지 않은 큰 원칙과 이를 받쳐줄 부지런한 작은 대응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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