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문학과 혁명:1980~1990년대 ‘민주화’와 이행기 문화정치의 재구성 – 천정환

도서 정보

  • 저자: 천정환
  • 출판사: 서해문집
  • 출판 연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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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다 이룬 유례없는 나라’라는 서사는 가장 유력하고 또 자랑스러운 한국의 자기 서사다. 그 서사는 1970~1980년대가 ‘민주화운동’의 시대였고, ‘좋은 대학’을 다닌 ‘순수한’ 학생들의 희생과 ‘넥타이 부대’ 등 중산층의 동참이 ‘민주화’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익숙한 줄거리로 되어 있다. 또 그 승리를 바탕으로 풍요와 문화의 1990년대를 열었고, IMF경제위기라는 시련마저 극복하며 오늘의 민주주의에 도달했다는 이중의 승리담이다. 발전과 성장의 플롯으로 이루어진 이 서사는 어떤 면에선 실재를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현실의 ‘기억정치(Politics of Memories)’에 의해 선별․구성되고 반복적으로 발화․학습된 일종의 신화이며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문화정치와 지성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예비평 및 연구 성과를 발표해온 천정환 교수(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는 이 책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민주화’에 대한 인식에 균열을 낸다. ‘민주화’는 무조건적인 선이 아니라, 당시 한국이 처한 국제적 조건 속에서 한편으로는 기득권 중심의 ‘자유화’였으며, 동시에 신자유주의 ‘세계화’였다는 것. 또한 명문대 출신의 86세대 남성 엘리트들이 ‘민주화’의 기억과 서사를 독점하면서, 1970~1990년대에 전개된 다양한 변혁운동(노동운동, 통일운동, 여성운동, 장애인운동, 문화예술운동 등)을 모두 뭉뚱그려 하나의 ‘민주화운동’으로 ‘퉁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80~1990년대의 문학/문화사를 통해, ‘민주화’라는 승리의 서사 뒤에 숨은 혁명·민중의 문화정치사를 다시 써보고자 하는 작은 시도다. 특히 저자는 1980년대와 1990년대를 단절해서 바라보는 익숙한 시대 구분에서 벗어나, 1987년 6월항쟁에서 1997년 IMF경제위기까지 ‘민주화 이행기’라는 문제적 시간대에 주목한다. 이 ‘이행기’ 동안 한국의 문화정치는 어떻게 작동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이 기억되고 무엇이 지워졌는가. 그 많던 혁명가는 어디로 갔으며, 그 들끓던 ‘혁명의 시대’가 어떻게 ‘민주화 시대’로 번역되고 순치되었는가. 그리고 ‘민주화 이후’ 한국의 지식 담론과 민중의 ‘삶’, ‘문학’, ‘노동’은 어떻게 재조직되었는가. 나아가 ‘문학’과 ‘혁명’을 한몸처럼 생각하던 시대가 저물어버린 오늘날, 글쓰기와 문학이 앞으로도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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